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던 화려한 출발, 그러나 차익 매물에 상승분 대부분 반납
코스피가 오늘(22일) 개장과 동시에 7000선을 터치하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결국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채 강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 자체는 극적인 반전을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반도체가 아닌 두산·HD현대 같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주가 시장을 이끈 흥미로운 하루였다. 오늘은 코스피의 급등락 과정과 그 배경이 된 ‘AI 전력난’ 테마를 함께 살펴본다.
4.51% 급등 출발, 매수 사이드카, 그리고 차익 실현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4.14포인트(4.51%) 오른 7,052.09에 개장했다. 코스닥도 19.07포인트(2.53%) 오른 772.41로 강하게 출발했다. 개장과 동시에 급격한 상승세가 나타나자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피는 장중 한때 7,166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단기간에 지수가 너무 빠르게 오른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낮 12시 15분경에는 7,017.83까지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이후 재차 등락을 반복하다 결국 전 거래일보다 49.75포인트(0.74%) 오른 6,797.70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루 사이 지수가 7,166에서 6,797까지, 약 370포인트나 오르내린 셈이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이 3조 5,0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사실상 지지했지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 9,000억 원대, 1조 4,000억 원대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전 9시 기준 1,481.0원을 기록했다.

오늘의 진짜 주인공은 반도체가 아니라 두산·HD현대였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코스피 롤러코스터 장세는 대체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가 주도해왔다. 그런데 오늘은 양상이 조금 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체로 혼조세를 보인 가운데, 오히려 중공업·에너지 계열의 두산과 HD현대가 두 자릿수 급등을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두산은 전일 대비 13.18% 오른 127만 1,000원에, HD현대는 10.35% 오른 21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왜 하필 두산과 HD현대인가: ‘AI 경쟁의 새 병목은 전력’
이들 종목이 급등한 배경에는 최근 산업계에서 부각되고 있는 ‘AI발 전력난’ 테마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5년 447테라와트시(TWh)에서 2026년 565TWh로, 26%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약 1억 4,000만~1억 6,000만 가구가 1년간 쓰는 전력량과 비슷한 규모다. AI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 흐름 속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북미 지역에 가스터빈·스팀터빈을 공급하며 발전 설비 측면의 대표 수�예주로 거론되고 있다. HD현대 역시 HD현대중공업이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자체 개발한 ‘힘센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에서 자체 중속엔진 모델을 보유한 유일한 업체라는 경쟁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최근에는 KT·삼성전자와 손잡고 조선소의 자율 운용 네트워크에 피지컬 AI를 실증하는 사업이나, 부유식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소식도 전해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올렸다. 앞서 이달 초에도 메타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확대 소식에 두산이 하루 만에 16% 넘게 급등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오늘의 급등도 비슷한 맥락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즉, 지금까지 AI 투자 테마는 주로 반도체·서버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지만, 이제는 그 AI를 실제로 ‘돌리기 위한 전력’을 누가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흐름이다. 발전 설비, 송전망, 변압기, 엔진 등 전력 밸류체인 전반이 새로운 수혜 영역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 유의사항 및 전문가 의견 정리
⚠️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
- 장중 고점에서 뒤늦게 진입하는 추격 매수는 위험하다: 오늘처럼 개장 초반 급등 후 차익 매물에 낙폭을 대부분 반납하는 흐름은 최근 장세에서 반복되고 있다.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의 급등 구간에서 뒤늦게 진입하면 고점에 물릴 위험이 크다.
- 테마 확산의 초기 국면은 변동성이 크다: AI 투자 테마가 반도체에서 전력·중공업 쪽으로 확산되는 흐름 자체는 구조적으로 주목할 만하지만, 이런 초기 확산 국면에서는 개별 종목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 수급의 방향성에 주목할 것: 오늘 외국인은 강하게 사들였지만 개인과 기관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런 수급 엇갈림이 반복될 경우, 지수가 오르더라도 개별 투자자 체감은 다를 수 있다.
- 테마주 특성상 실적 검증이 중요하다: 두산·HD현대 모두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공급 계약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기대감만으로 오른 구간에서는 향후 실적 발표 시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전문가 의견
- 한영수 삼성증권 산업재팀장: HD현대중공업이 미국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수주를 계기로 자체 중속엔진(힘센엔진) 경쟁력이 재조명되고 있으며, 원천기술 보유사와 별도 협의가 필요한 경쟁사 대비 기술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 iM증권: 두산의 올해 2분기 매출을 7,353억 원, 영업이익을 2,051억 원으로 전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6%, 44.4% 늘어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업계 관측: AI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구조적 이슈로 자리 잡을수록, 발전 설비·송전망·변압기 등 전력 밸류체인 핵심 기업들의 수혜 기대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종합하면 오늘 코스피는 개장 초반의 극적인 랠리와 이후의 차익 실현이 겹치며 지수 자체는 강보합에 그쳤지만, 그 속에서 AI 투자 테마의 무게중심이 반도체에서 전력·중공업으로 옮겨가는 의미 있는 흐름이 포착됐다. 다만 이런 테마 확산 초기에는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실제 수주와 실적이 뒤따르는지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