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관세 만료를 앞둔 관세 체계 전환, 그리고 다시 흔들리는 중동 정세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두 개의 큰 변수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이란 전쟁이 좀처럼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반복적으로 재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이슈 모두 인플레이션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과 한국 경제에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은 두 이슈의 현재 상황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전문가들의 시각을 종합해서 정리해본다.

1. 관세정책: 10% 관세 만료, 301조 관세로 전환

지난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러닝리소스 대 트럼프 판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 임시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 조치는 법적으로 최장 150일까지만 부과할 수 있어 오는 7월 24일이면 효력을 잃는다.

이를 대체할 카드로 미국은 지난 3월부터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각국의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관행을 조사해왔다. 브라질을 포함한 60개국이 강제노동 조사 대상에 올라 있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각국에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강제노동 관세가 먼저 시행된 뒤 과잉생산 관세가 추가되는 수순을 예상하고 있다.

같은 시기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특정 수입품(약 200억 달러 규모)에 기존 관세와 별도로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동시에 미국 내 알루미늄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관세를 절반으로 낮춰주는 인센티브도 함께 내놓으며,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2. 한국에 미치는 영향: 15% 상한은 지켜질까

한국은 지난해 7월 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에 배정)를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워싱턴DC에서는 한미조선협력센터 개소식도 열렸다.

문제는 새로 도입되는 301조 관세가 이 15% 상한과 별도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강제노동 관세 12.5%가 예고돼 있는데, 여기에 과잉생산 관세까지 추가되면 사실상 15%+α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EU를 향해 합의는 합의라며 기존 협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독일에는 의약품 관련 별도 301조 조사를 개시하는 등 실제 적용은 유동적인 상황이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15% 상한이 유지될 경우 한국산 수입품에서 연간 43억 달러(약 6조 원)의 관세 수입이 미국에 귀속될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상한이 무너지면 보복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경제 지표에서도 관세 충격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1% 감소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CNN은 당초 예고됐던 25% 관세가 그대로 부과됐다면 한국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는 2023년 기준 GDP의 44%를 수출이 차지할 만큼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아, 관세율 몇 퍼센트포인트의 차이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다행히 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한국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관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조선업 역시 수주잔량이 많아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3. 미·이란 전쟁: 반복되는 휴전 실패와 호르무즈 리스크

미·이란 전쟁은 올해 초 시작된 이후 몇 차례 종전 협상이 시도됐지만, 그때마다 다시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을 목표로 한 잠정 합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6% 넘게 급등했다. 7월 중순에는 걸프 지역 에너지·용수 시설이 다시 피격됐다는 보도와 함께 휴전 이행이 재차 흔들렸고, 최근 한 주 동안에는 유가가 10~14%나 오르며 적대 행위 격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했고, 이란은 바레인·요르단·쿠웨이트·오만·카타르·시리아에 있는 미국 목표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복하고 있다.

중동의 핵심 석유 수출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했고, 텍사스·노르웨이처럼 전쟁 영향권 밖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지역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반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호르무즈 봉쇄 이후 중동 실물 인도 기준인 두바이유는 브렌트유 대비 15~20%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봉쇄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한 달가량 장기화될 경우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체 항구들도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봉쇄가 풀리더라도 물류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 두 리스크가 겹치는 지점: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딜레마

관세정책과 중동 리스크는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지점에서 맞물린다. 관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고, 유가 상승 역시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딜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지명, 관세와 중동 분쟁으로 재점화된 인플레이션, 둔화하는 고용 증가세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두 리스크가 동시에 물가를 자극하면 연준으로서는 금리 인하 시점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5. 전문가들이 보는 미국 경제

  • 연준의 최근 결정: 7월 29일 FOMC에서의 금리 동결 확률은 7월 4일 기준 75.6%로 시장은 인하 가능성을 거의 배제하고 있다. 앞선 회의에서는 표결이 만장일치(12대 0)로 동결됐는데, 경제 활동과 고용은 견조하지만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 2%를 웃돈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 9월 회의가 분수령: 6월 비농업 고용이 57,000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114,000명)의 절반 수준을 기록한 것이 금리 인상 우려를 다소 완화시켰다. 다만 중동 에너지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 12월 인상 카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주요 투자은행들의 시각: 대다수 투자은행은 연준이 9월에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개 양상에 따라 시점이 더 늦어지거나 반대로 종전 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조건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 관세와 중동 분쟁이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가운데, 케빈 워시 체제의 연준이 과거보다 데이터에 더 의존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6. 전문가들이 보는 미·이란 전쟁

  • S&P 글로벌 관계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설령 풀리더라도, 이미 포화 상태인 대체 항구로 선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릴 경우 물류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일부 전문가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 달가량 장기화될 경우, 1970년대와 유사한 오일 쇼크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지역 리스크 평가: 이스라엘은 미·이란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협상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전해지며, 이 때문에 미·이란 간 공식 협상과 별개로 이스라엘-이란 간 공격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합 정리

정리하면, 한국 경제는 지금 관세라는 정책 리스크와 중동 전쟁이라는 지정학 리스크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두 리스크 모두 단독으로도 부담스럽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공통 경로를 통해 서로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한국 정부는 15% 상한이 큰 틀에서는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301조 관세의 구체적 적용 방식과 중동 정세의 향방이라는 두 가지 불확실성이 동시에 해소되기 전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7월 24일 관세 체계 전환 시점과 9월 FOMC,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향방을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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