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오히려 급락한 날, 반도체 개별 이슈 하나로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오늘(28일) 코스피가 장중 9.57%까지 폭락하며 올해 들어 8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흥미로운 건 오늘 국제유가는 오히려 급락했다는 점이다(브렌트유 -8.7%). 최근 몇 주간 시장을 흔들었던 중동 리스크·고유가 요인이 없었는데도 이 정도 낙폭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이번 충격의 진원지가 순수하게 반도체 업종 내부에 있다는 뜻이다. 바로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 흥행이다. 오늘은 이 급락의 타임라인과, 실제로 얼마나 위협적인 뉴스인지를 냉정하게 짚어본다.
사이드카에서 서킷브레이커까지, 30분 만에 벌어진 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5.48포인트(5.26%) 내린 6,400.27로 개장했다. 개장과 동시에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5% 이상 하락하면서 오전 9시 6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에서도 9시 14분 별도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그러나 낙폭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오전 9시 30분 -7.29%(6,263.53)까지 밀린 데 이어, 결국 오전 10시 13분 43초 전 거래일 대비 8.04%(543.49포인트) 급락한 6,212.26을 기록하며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매매를 20분간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 벌써 8번째 서킷브레이커다. 매매 재개 이후에도 낙폭은 더 커져 장중 한때 6,109.51(-9.57%)까지 밀렸다.

수급을 보면 외국인 매도세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개장 초반 1조 원대였던 외국인 순매도는 오전 중 1조 7,154억 원, 이어 2조 628억 원까지 불어났다. 기관도 500억~1,500억 원대 매도 우위를 이어가며 하락에 가세했다. 반면 개인은 저가 매수에 나서며 1조 6,744억 원에서 2조 71억 원까지 순매수 규모를 키웠다. 삼성전자는 9~11%대, SK하이닉스는 11~13%대까지 밀리며 이달 최저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시가총액 상위 14개 종목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전 종목이 하락했다. 변동성 지표인 VKOSPI(코스피200 변동성지수)도 7거래일 만에 반등해 80선을 넘어섰다(80.46, +3.75%).
진앙지: 창신메모리, 상장 첫날 인텔 시총 넘어섰다
충격의 시작은 전날인 27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기술특례시장(과창판)에 상장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였다. 공모가 대비 최대 476% 폭등하며 장중 55.03위안까지 치솟았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 2,800억 위안(약 712조 원, 484억 6,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종가 기준 인텔의 시가총액(469억 3,000만 달러)을 넘어서는 규모이자, 그동안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였던 중국공상은행(2조 7,600억 위안)마저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상장 하루 만에 중국 반도체 자립의 상징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 여파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로 먼저 번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2% 하락 마감했고, 샌디스크(-11.02%)·웨스턴디지털(-4.21%)·씨게이트(-4.07%)·마이크론(-2.25%)이 동반 하락했으며 SK하이닉스 ADR도 7.47% 급락했다. 이 미국발 낙폭이 오늘 국내 개장과 함께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 정도로 위협적인가?
시장이 급락한 만큼, 실제 위협 수준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CXMT의 현재 주력 제품은 모바일용 LPDDR과 일반 PC·서버용 범용 D램이다. AI 붐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여전히 수율 문제로 양산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 로드맵으로 보면 CXMT는 이제 HBM3E(5세대) 양산을 내년 이후에나 시작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6세대 HBM4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 중이고 7세대 HBM4E 샘플까지 출하한 상태다. 최소 두 세대 이상의 기술 격차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즉, 오늘 시장이 반응한 진짜 공포는 ‘AI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이 당장 한국을 추월한다’는 것이 아니라, ‘CXMT가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약 14조 원)을 발판으로 범용 D램 생산능력을 크게 늘려 글로벌 공급과잉과 가격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가깝다. 실제로 시장의 관심은 CXMT의 현재 실적보다 상장 이후 증설과 기술개발 속도에 쏠려 있다.
투자자 유의사항 및 전문가 의견 정리
⚠️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
- 서킷브레이커 발동 자체가 패닉의 신호일 수 있다: 시장 냉각 장치가 발동됐음에도 매매 재개 후 낙폭이 오히려 확대된 점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국면에서 공포에 휩쓸린 투매는 오히려 손실을 키울 수 있다.
- HBM과 범용 D램을 구분해서 볼 것: 오늘 급락의 근거가 된 것은 AI 메모리(HBM)가 아니라 범용 D램 공급과잉 우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핵심 성장 동력인 HBM 경쟁력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 내일(29일) SK하이닉스 실적이 진짜 분수령: 오늘의 공포가 과도했는지 여부는 내일 실적 발표에서 회사 측이 내놓을 HBM 수요·가격 전망에 달려 있다. 실적 발표 전날 급락한 만큼, 발표 내용에 따라 변동성이 한 번 더 커질 수 있다.
- 장기적 경쟁 구도 변화는 계속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격차만 보고 중국의 추격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짚는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거대한 내수, 대규모 자본이 결합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실질적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전문가 의견
-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격차는 당분간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격차만으로 중국의 추격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업계 관계자(글로벌 D램 공급망 관련): 중국 제조사들이 저가 전략으로 우선 시장 규모를 확보한 뒤 고부가 제품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한국 기업들이 HBM 분야 선두를 유지하더라도 범용 D램 시장을 소홀히 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시장 해설(투자은행 리서치): 이번 주 예정된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와 미국 빅테크(M7) 실적, FOMC 금리 결정이 향후 국내 증시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초 삼성전자, 지난주 알파벳 모두 호실적을 냈음에도 오히려 주가가 급락했던 경험이 이번 주 실적 발표를 향한 경계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합하면 오늘의 폭락은 유가나 금리 같은 거시 변수가 아니라, 중국 반도체 굴기라는 산업 내부 이슈 하나로 촉발된 드문 사례다. 다만 실제 기술격차를 냉정히 뜯어보면 이번 충격은 HBM 경쟁력 훼손보다는 범용 D램 공급과잉 우려에 가깝다. 내일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에서 이 공포가 과도했는지, 아니면 정당한 경계였는지가 가려질 전망이다.
참조 사이트
- 파이낸셜뉴스 — “창신發 반도체 쇼크에 증시 ‘패닉’…코스피 8% 급락 ‘서킷브레이커’” (fnnews.com)
- 한국일보 — “코스피 8% 급락에 올해 8번째 서킷브레이커…6200선 추락” (hankookilbo.com)
- 한국경제 — “中 창신메모리 쇼크…코스피 8% 급락 서킷브레이커” (hankyung.com)
- 경향신문 — “[속보]코스피, 8% 폭락에 서킷브레이커…올 들어 8번째” (khan.co.kr)
- 글로벌이코노믹 — “CXMT, 상장 첫날 주가 466% 폭등… ‘한국 메모리 양강 위협’” (g-enews.com)
- 경향신문 — “‘상장 첫날 시총 712조 1위’ 중국 CXMT, 한국 반도체 업계도…” (khan.co.kr)
- 파이낸셜뉴스 — “中반도체 첨병 CXMT, 삼전닉스 위협 ‘D램 굴기’로 떠오르다” (fnnews.com)
- 인베스트조선 — “中 CXMT發 메모리 공급확대 우려 충격에 코스피 급락…6200선 위협” (inves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