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전문가 단체가 최태원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직접 거명하며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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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태원 회장부터 솔리다임까지 이어지는 ‘5단 중복상장’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3일 논평을 통해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수출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포럼은 이런 복잡한 지배구조가 SK하이닉스의 저평가(12개월 선행 PER 3배 수준)를 만드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고, SK하이닉스 사외이사 6명의 책임도 물었습니다. SK하이닉스 측은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근 이 블로그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온 SK하이닉스가, 이번엔 실적이나 주가가 아니라 지배구조 문제로 뉴스의 중심에 섰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을 두고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5단 중복상장 시도”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직접 거명하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무슨 일인지 정리해본다.
발단: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
최근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인 솔리다임이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관사로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선정했고, 투자 유치 규모는 5조~10조 원 수준이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공시를 통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5단 중복상장’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중복상장이란 이미 상장된 모회사의 자회사를 별도로 다시 상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자회사의 성장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고 희석되는 부작용이 있어, 일반 주주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구조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솔리다임 상장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최태원 회장 → SK㈜ → SK스퀘어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즈(NPSC) → 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무려 5단계의 중복상장 피라미드 구조가 만들어진다. 국내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3단계 초과 출자를 제한하고 있는데, 거버넌스포럼은 SK그룹이 해외 법인(솔리다임)을 매개로 이 규제를 사실상 우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당국도 이달 초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며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한 상태다.
| 단계 | 주체 |
| 1단계 | 최태원 SK그룹 회장 |
| 2단계 | SK㈜ |
| 3단계 | SK스퀘어 |
| 4단계 | SK하이닉스 |
| 5단계 |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즈(NPSC) → 솔리다임 |
거버넌스포럼의 핵심 비판: “엔비디아에 물어봐라”
거버넌스포럼은 13일 발표한 논평에서 상당히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포럼은 “국내 공정거래법의 3단 제한 규제를 피하려 해외 법인을 통해 지배구조 피라미드를 확장하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수출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엔비디아나 대만 TSMC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자회사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왜 엔비디아에는 자회사 중복상장이 없는지 물어봐라”며, 해외 법인을 통한 지배구조 확장보다 기존 국내 3단 중복상장(SK㈜-SK스퀘어-SK하이닉스) 해소가 더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포럼은 이런 지배구조 확장 인센티브의 근본 원인도 짚었다. 이형철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5단 중복상장은 지배구조의 복잡성을 더욱 키우고 일반주주의 이해관계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 사이의 괴리를 확대할 수 있다”며, “최상위 지주회사의 지배주주는 현금흐름 중 극히 일부만을 수취하기에, 주주환원을 통한 효율적 자본배치보다는 일단 사업을 추가로 확장해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인센티브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 현금배당의 극히 작은 부분을 수취하지만 1~5단 모든 단계의 기업 경영진을 임명하고 이사회를 통제한다”고 덧붙였다.
“부의 이전” 우려도: 캐피탈 콜 구조
거버넌스포럼은 SK텔레콤(4억 8,000만 달러), SK㈜(2억 5,000만 달러), SK이노베이션(3억 8,000만 달러) 등 SK 계열사들이 솔리다임 모회사에 출자하기로 한 이른바 ‘캐피탈 콜’ 구조도 함께 비판했다. SK하이닉스가 키워온 솔리다임의 성과를, 상장을 앞두고 최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SK㈜ 등 다른 계열사들이 나눠 가지게 되면서, SK하이닉스 일반 주주로부터 SK㈜ 등으로 부(富)가 이전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 6명에게도 책임 물어
거버넌스포럼은 고승범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정덕균·김정원·양동훈·손현철·최강국 등 SK하이닉스 사외이사 6명의 책임도 물었다. 참고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미등기 임원으로, 공식적으로는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다. 포럼은 “상법에 따라 이사들은 솔리다임 상장 추진과 주주 권익 침해 여부를 검토하는 이사회 안건 소집 및 부의를 요청해야 한다”며 “이사의 독립성은 타인이 허락하거나 부여하는 선물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으로 쟁취하고 지켜내는 주체적인 전문가의 주주에 대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저평가의 핵심 원인”…PER 3배, 3년간 잉여현금흐름 811조 전망도
거버넌스포럼은 이런 복잡한 지배구조와 중복상장 시도가 SK하이닉스 주가를 저평가시키는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배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JP모건은 SK하이닉스가 향후 3년간(2026년 213조 원, 2027년 265조 원, 2028년 333조 원) 총 811조 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는데, 이 정도 현금창출력에 비해 저평가가 지나치다는 게 거버넌스포럼의 시각이다.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SK하이닉스가 정작 지배구조 리스크와 ‘쪼개기 상장’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존 주주들의 불안감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논란은 이번 주 SK하이닉스 주가가 반등하던 시점에 불거지며 “주가 겨우 살아났는데”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가 알아두면 좋은 점
- 솔리다임 상장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공식적으로 “확정된 사항 없음”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상장 여부와 구조는 이사회 논의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도 변수다: 이달 초 확정된 가이드라인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인 만큼, 실제 상장 추진 과정에서 규제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이 논란이 실적이나 기술력 자체를 흔드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은 지배구조·주주가치 이슈이지, HBM 기술력이나 실적 전망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두 가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 이사회의 대응을 지켜볼 것: 거버넌스포럼이 사외이사들에게 공식 안건 상정을 요구한 만큼,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정리하면, SK하이닉스는 HBM 기술력과 실적으로는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 정작 지배구조 문제로 밸류에이션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거버넌스포럼의 이번 논평은 이례적으로 최태원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직접 거명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되며,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실제로 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다룰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참조 사이트
-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하면 5단 중복상장, 상장 논의 중단해야’” (businesspost.co.kr)
- 아시아경제 — “‘창피합니다 회장님’…거버넌스포럼, SK하이닉스 5단 중복상장 비판” (asiae.co.kr)
- 파이낸셜뉴스 — “‘주가 겨우 살아났는데’…SK하이닉스 ‘5단 중복상장’ 논란, 개미들 ‘불안’” (fnnews.com)
- 다음뉴스 — “‘주가 반토막’ SK하이닉스, 손자회사 중복상장 ‘시끌’” (v.daum.net)
- 네이트뉴스 — “‘창피합니다 회장님’…거버넌스포럼, SK하이닉스 5단 중복상장 비판” (news.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