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구도였던 비만치료제 시장에 국산 신약과 먹는 약이 동시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두 주사제 이름 정도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이다. 그런데 올 하반기부터는 이 시장 구도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국산 비만치료제’가 출시를 앞두고 있고, 주사 대신 알약으로 먹는 GLP-1 치료제도 국내 상륙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이 흐름을 최대한 쉽게, 그리고 자세히 정리해본다.

잠깐, GLP-1이 뭔가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용어부터 짚고 가자. GLP-1은 원래 우리 몸에서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뇌에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고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는 이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도록 만든 약으로,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늘려 체중 감량을 돕는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치료제로도 널리 쓰이게 된 약들이다.

지금 판도는? 마운자로가 위고비를 역전했다

국내에 먼저 상륙한 것은 위고비였고, 개원가에서도 초반에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마운자로가 최근 판도를 뒤집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의 월간 처방 건수는 출시 첫 달인 2025년 8월 1만 8,579건에서 넉 달 뒤인 11월 9만 7,344건으로 5.2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위고비는 오히려 처방이 줄어드는 흐름으로 돌아섰다. 임상시험 결과에서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평균 체중 감량률이 약 47% 더 높고, 부작용 발생률과 치료 중단율도 더 낮게 보고된 점이 이런 역전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음 격전지: ‘먹는’ GLP-1, 파운다요 vs 위고비필

지금까지는 모두 주사제였다. 그런데 이제는 매일 알약 하나만 삼키면 되는 경구용(먹는) GLP-1 치료제가 시장의 새로운 화두다. 미국에서는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필’을, 뒤이어 일라이릴리가 ‘파운다요’를 출시하며 경구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당초 업계에서는 알약이 주사제보다 장에서 흡수되는 비율이 낮아 효과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과 달리 위고비필은 출시 초기부터 처방이 빠르게 늘며 흥행에 성공했다. 노보노디스크가 최근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필은 출시 약 5개월 만인 지난 6월 2일 기준 누적 처방 3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는 5초에 1건꼴로 처방된 셈으로, 2013년 이후 미국에서 출시된 신약 1,888개 가운데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즉 감량 효과는 위고비필이, 먹기 편한 정도는 파운다요가 앞서는 셈이다. 주사제 시장에서 마운자로가 후발주자임에도 위고비를 앞질렀던 것처럼, 먹는 약 시장에서도 순위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등장하는 ‘국산 1호’ 비만치료제

여기에 국내 제약사들의 도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자사의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랩스커버리)이 적용돼, 체내에서 서서히 흡수되며 혈중 농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기존 치료제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위장관 부작용과 용량 증량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 허가 신청을 마쳤고, 하반기 허가를 목표로 상업화 준비 전담 조직까지 꾸린 상태다. 한미약품은 이 약을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결합했다’는 뜻의 ‘편리미엄(CONVEMIUM)’으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시도는 ‘붙이는 비만약’이다. 대웅제약의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는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기술을 적용한 패치형 치료제 ‘DWRX5003’의 국내 임상 1상 첫 환자 등록을 마치고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에 착수했다. 일주일에 한 번 피부에 붙이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미세 바늘이 녹아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초기 인체 실험에서 주사제 약효의 80% 이상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사에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비슷한 방식으로 라파스와 대원제약도 마이크로니들 패치 ‘DW-1022’를 공동 개발 중이며, 올해 11월 임상 1상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디앤디파마텍은 흡수율을 개선한 자체 경구형 플랫폼 기술(ORALINK)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DD02S)를 미국 제약사 메쓰테라(Metsera)에 기술수출했고, 셀트리온도 기존 3중 작용제보다 우수한 체중 감량 및 제지방 보존 효과를 확인하며 다중 작용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을 병행, 2028년까지 관련 신약 파이프라인을 3배 이상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이렇게 많은 기업이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 규모 자체가 가파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19년 1,341억 원에서 2023년 1,780억 원으로 성장했고, 글로벌 시장은 2023년 66억 8,000만 달러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48.4% 성장해 480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글로벌 비만약 시장 규모를 289조 원까지 내다보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알아두면 좋은 점

  • ‘먹는 약’이 곧 ‘더 쉬운 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고비필처럼 공복 복용, 복용 후 음식 제한 등 나름의 까다로운 복용 조건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제품마다 조건이 다르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 국산 치료제는 아직 허가 전 단계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허가 신청 후 하반기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고,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치료제들은 아직 임상 1상 단계다. 실제 시중에서 처방받을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 효과와 편의성은 트레이드오프 관계일 수 있다: 위고비필과 파운다요의 사례처럼, 감량 효과가 우수한 약이 복용 편의성에서는 밀리는 경우가 있다. 어떤 치료제든 본인의 상황에 맞는지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 시장 판도는 계속 바뀔 수 있다: 마운자로가 위고비를, 어쩌면 파운다요나 국산 치료제가 다시 그 자리를 넘볼 수도 있는 역동적인 시장이다. 특정 약이 ‘최고’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계속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리하면,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양강 구도에서, 먹는 약과 붙이는 패치라는 새로운 제형, 그리고 국내 제약사들의 자체 개발 신약까지 가세하며 훨씬 복잡하고 역동적인 경쟁 구도로 넘어가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한미약품의 허가 결과와 해외 경구용 치료제의 국내 상륙 일정이 이 시장의 다음 판도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참조 사이트

  • Bizwatch — “먹는 비만약 국내 상륙 초읽기…파운다요·위고비필 ‘격돌’” (news.bizwatch.co.kr)
  • 메디칼타임즈 — “주사제 지고 경구제 온다…개원가 비만치료 게임 체인저는?” (medicaltimes.com)
  • 바이오타임즈 — “GLP-1 독주 흔들릴까…’한국형 비만약’ 연내 출격, 승부수는” (biotimes.co.kr)
  • 데일리팜 — “국내 개발 첫 GLP-1 비만약 나올까…한미약품, 허가 신청” (dailypharm.com)
  • 헤럴드경제 — “289조 비만약 시장 ‘GLP-1 붐’…M&A·자체신약·CDMO 다변화 속도 내는 K-바이오” (biz.heraldcorp.com)
  • 팜뉴스 — “속도 높이는 국내 비만치료제 기업, 임상⸱특허 등록 ‘활발’” (phar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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