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6일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 및 경제 동향 종합 심층 보고서: 패권의 충돌과 질서의 재편
작성일: 2026년 1월 16일

1. 서론: ‘힘에 의한 질서’의 도래와 글로벌 불확실성의 심화
2026년 1월은 21세기 국제 정세의 결정적인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제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2년 차를 맞이하여, 미국은 전통적인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사실상 폐기하고, 자국의 이익을 물리적 강제력과 경제적 압박을 통해 관철하는 ‘힘에 의한 질서(might-makes-right)’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러한 기조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 개입과 정권 교체,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매입 압박 및 하이브리드 전쟁 양상의 공작, 그리고 대만과의 반도체 공급망 수직 계열화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이 2026년 최대의 글로벌 리스크로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닌 ‘미국 자체의 정치적 불안정’을 지목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상징적이다.1 세계 최강대국이 스스로 구축한 국제 질서를 허물고, 예측 불가능성을 외교의 핵심 전략으로 삼음으로써 동맹국과 적성국 모두에게 전례 없는 안보 딜레마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서양 건너 유럽은 리더십의 공백과 내부 분열로 신음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연정 구성 실패와 예산안 위기라는 정치적 마비 상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핵 위기 등 대외 안보 이슈에 대한 유럽의 대응 능력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란이 경제난으로 촉발된 민중 봉기와 서방의 압박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체제 생존의 기로에 서 있으며, 이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전반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본 보고서는 2026년 1월 현재 발생한 주요 지정학적 사건들을 미국, 덴마크/그린란드, 유럽, 이란, 그리고 아시아(대만/중국)의 5개 핵심 축으로 나누어 심층 분석한다. 각 사안의 단순한 사실 나열을 넘어, 사건 이면의 구조적 원인과 파급 효과, 그리고 향후 전개 시나리오를 체계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정책 결정자들에게 실질적인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미국: 신(新) 제국주의적 개입과 국내 정치의 양극화
2.1 ‘앱솔루트 리졸브’ 작전: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와 자원 안보의 무기화
2026년 1월 3일, 미군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수행된 특수 작전 ‘앱솔루트 리졸브(Operation Absolute Resolve)’를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 그리고 주요 정권 수뇌부를 체포하여 미국으로 압송했다.2 이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1기 행정부의 고립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 미국의 국익을 위해 직접적인 무력 사용을 불사하는 공격적인 개입주의로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이다.
2.1.1 작전 실행 및 법적 논란
작전은 미 육군 델타포스(Delta Force)를 주축으로 한 특수부대가 카라카스 시내의 요새화된 군사 시설을 기습 타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군, 마두로의 쿠바 경호팀, 그리고 민간인을 포함하여 최소 80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미군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치열한 교전이 있었다.4
미국 법무부 법률자문실(OLC)은 작전 실행 전인 2025년 12월 23일, 대통령이 헌법상 고유 권한에 따라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도 해외에서 FBI의 체포 영장 집행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비밀 메모를 작성했다.4 이는 국제법상 주권 침해 논란과 미국 국내법상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 위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법적 포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부부를 2020년 기소된 ‘마약 테러(narco-terrorism)’ 및 코카인 밀매 혐의로 뉴욕 남부 연방 법원에 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2
2.1.2 ‘석유 통제’와 과도 통치 체제
작전의 표면적 명분은 마약 퇴치였으나, 실질적 목표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 통제권 확보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직후 미국이 과도기 동안 베네수엘라를 일시적으로 “직접 운영(run)”할 것이며, “석유가 다시 흐르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3
- 대리 통치자 델시 로드리게스: 흥미로운 점은 마두로 정권의 2인자이자 미국의 제재 대상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íguez) 부통령의 역할이다. 트럼프는 그녀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하며, 그녀를 통해 사실상의 대리 통치를 수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로드리게스가 마두로 축출 과정에서 미국과 모종의 거래를 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한다.7
- 에너지 기업과의 유착 의혹: 백악관은 작전 성공 후 엑슨모빌, 셰브론 등 미국 주요 석유 기업 임원들을 초청하여 베네수엘라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논의했다. 트럼프는 이들 기업이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으며, 미군이 이들의 투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8
2.1.3 국내 정치적 파장: ‘독점 버스터즈 코커스’의 조사
베네수엘라 작전은 미국 내에서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야기했다. 공화당 지지층의 66%가 군사 행동을 지지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14%만이 찬성하는 등 여론은 양극화되었다.9
특히 프라밀라 자야팔(Pramila Jayapal) 하원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내 ‘독점 버스터즈 코커스(Monopoly Busters Caucus)’는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군사 작전 계획 수립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백악관과 에너지 기업 간의 유착이 1930년대 중립법(Neutrality Act)이나 로건법(Logan Act)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1월 30일까지 관련 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8 이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도덕성과 합법성을 둘러싼 치열한 정쟁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2.2 핵심 광물 안보 전략: ‘가공’ 단계의 탈중국화
베네수엘라 작전이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면, 1월 15일 서명된 행정명령은 미래 산업의 쌀인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다.
2.2.1 행정명령의 핵심 내용과 전략적 전환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가공된 핵심 광물 및 그 파생 제품의 수입 조정(Adjusting Imports of Processed Critical Minerals and Their Derivative Products into the United States)” 행정명령은 기존의 광물 정책과 뚜렷한 차별점을 보인다.10
- ‘가공’ 중심의 접근: 과거 정책들이 광산 채굴(mining)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번 행정명령은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공(processing)’ 및 ‘정제(refining)’ 단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CSIS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리튬, 코발트, 구리의 전 세계 채굴량은 10%에 불과하지만, 가공 능력은 40~9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12개 핵심 광물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공 단계에서의 안보가 시급한 상황이다.10
- 동맹국 협력의 강제성: 행정명령은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동맹국과 양자 협정을 체결하여 가공된 광물의 공급망을 확보하도록 지시했다. 만약 협상이 실패하거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관세 부과나 쿼터제 등 무역법 232조에 따른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임을 명시했다.10 이는 동맹국들에게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 참여하지 않으면 시장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최후통첩과 다름없다.
표 1. 미-중 핵심 광물 의존도 및 통제력 비교
| 구분 | 미국 (의존도) | 중국 (통제력) | 비고 |
| 100% 수입 의존 | 12개 광물 (희토류 등) | – | 미국 지질조사국(USGS) 기준 |
| 50% 이상 의존 | 29개 광물 | – |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소재 포함 |
| 채굴 비중 | 미미함 | 전 세계 10% (리튬/코발트/구리) | 자원 매장량 자체는 중국도 제한적 |
| 가공/정제 비중 | 미미함 | 전 세계 40~90% | 중국의 실질적 독점 영역 (병목 구간) |
| 정책 기조 | 동맹국 협력 및 공급망 다변화 | 수출 통제 및 자원 무기화 | 갈륨, 게르마늄 수출 통제(2023~) |
2.3 2026년 중간선거와 국내 경제 전망
2026년은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해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강경책은 국내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백악관과 JD 밴스 부통령은 베네수엘라 작전이 마약 유입 차단을 통해 국내 안보와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6
경제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 2025년 식품 가격은 2.4% 상승했으며, 연준(Fed) 내에서는 노동 시장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긴축 유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은 2026년 6월까지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1 딜로이트(Deloitte)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의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 문제에 직면해 있어, 대외 팽창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12

3. 북극의 위기: 그린란드를 둘러싼 하이브리드 전쟁
미국의 영토적 야심은 남미를 넘어 북극권으로 확장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국가 안보 관점에서 필수적”이라고 규정하고,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13 이는 단순한 부동산 매입 제안이 아닌, 북극의 전략적 요충지와 희토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3.1 미국의 전략: 매수, 공작, 그리고 위협
미국은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외교적, 정보적, 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 비밀 공작과 여론 조작: 2026년 초, 미국이 그린란드의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유도하기 위해 비밀리에 자금을 살포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되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워싱턴은 그린란드 주민 1인당 수천 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분리 독립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14 이는 덴마크와의 연합을 끊어내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신생 독립국 그린란드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전략이다.
-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 트럼프 행정부는 1823년 먼로 독트린을 북극권으로 확장한 이른바 ‘돈로 독트린’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서반구와 북극권에서 외부 세력(중국, 러시아)의 개입을 배제하고 미국의 배타적 지배권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다.15
- 군사적 위협의 고조: 트럼프는 덴마크와의 협상 결렬 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그린란드 주변 해역에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미군의 주둔 확대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16
3.2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저항: “우리는 판매용이 아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치권은 미국의 노골적인 합병 시도에 강력히 반발하며 결속을 다지고 있다.
- 정치적 단결: 그린란드 총리 옌스-프레데릭 닐슨(Jens-Frederik Nielsen)은 “지금은 독립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외부의 위협에 맞서 단결할 때”라며 미국의 분리 공작을 경계했다.18 2025년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Democrats)과 연정 파트너들은 비록 장기적으로는 독립을 지향하지만, 미국의 흡수 통일 방식에는 결사반대하고 있다.19
- 노조의 반발: 그린란드 최대 노동조합인 SIK의 제스 베르텔센(Jess Berthelsen) 위원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주장하는 “러시아와 중국 선박의 위협”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지 주민들이 미군 기지 확대와 주권 침해를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17
- 덴마크의 안보 위협 인식: 덴마크 국방정보국은 2025년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러시아, 중국과 나란히 ‘국가 안보 위협’으로 명시했다.21 이는 NATO 창설 멤버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었던 덴마크가 미국을 잠재적 적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변화다.
3.3 유럽의 대응: 의지의 과시와 핵 억지력 시사
그린란드 위기는 유럽 전체의 안보 문제로 비화되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일방주의가 유럽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 유럽군 파병: 프랑스, 독일,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은 그린란드에 상징적인 규모의 병력을 파견했다. 이는 실질적인 군사적 방어라기보다는, 미국에게 “그린란드는 유럽의 일부”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조치다.22 백악관은 이에 대해 “미국의 목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일축했으나, 유럽의 단일대오 형성은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프랑스의 핵 억지력 확장 시사: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1월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신년사다. 마크롱은 “우리는 우리의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억지력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자유롭기 위해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23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프랑스의 핵우산이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포함한 유럽 동맹국을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는 NATO 체제 밖에서 유럽 독자적인 핵 억지력 구축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중대한 발언이다.
4. 유럽: 리더십의 위기와 우크라이나 딜레마
미국의 압박과 북극의 위기 속에서, 유럽의 핵심축인 독일, 프랑스, 영국은 각기 다른 내부 문제로 인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4.1 독일: 메르츠 시대의 불안한 출발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이후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2025년 5월, 기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가 제10대 총리로 선출되었으나, 그 과정은 험난했다.
- 선거의 난맥상: 메르츠는 1차 투표에서 연정 내부의 반란표(최소 18표 이탈)로 인해 과반 확보에 실패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굴욕을 겪었다. 같은 날 치러진 2차 투표에서 간신히 325표(과반 316표)를 얻어 총리에 취임했으나, 이는 새 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매우 취약함을 드러냈다.24
- 전망: 사민당(SPD)과의 대연정은 정책 노선의 차이로 인해 삐걱거리고 있으며, 원내 제1야당으로 부상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견제는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독일이 유럽의 맹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4.2 프랑스: 예산안 위기와 민주주의의 후퇴
프랑스는 세바스티앙 르코르뉘(Sébastien Lecornu) 총리 정부가 극좌와 극우의 협공 속에서 생존을 위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 불신임 투표와 49.3조: 2026년 1월 14일, 르코르뉘 정부는 EU-메르코수르 FTA와 관련된 두 차례의 불신임 투표(극좌 LFI, 극우 RN 제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26 그러나 2026년 예산안 처리가 의회에서 교착 상태에 빠지자, 정부는 헌법 49.3조(의회 표결 없이 법안을 직권으로 통과시키는 조항)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28 이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거리의 시위를 격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4.3 영국: 스타머 정부의 정책 혼선과 브렉시트의 그늘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의 노동당 정부는 집권 18개월 차를 맞아 지지율 하락과 정책 혼선에 시달리고 있다.
- 정책 유턴(U-Turn): 정부는 불법 이민자 고용 방지를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하던 ‘의무적 디지털 신분증’ 도입 계획을 여론 악화와 내부 반발에 밀려 철회했다. 이는 유류세 인상 철회 등에 이은 반복적인 정책 번복으로,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30
- EU와의 관계: 영국은 EU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으나, 금융 서비스(City of London) 분야는 EU의 규제 동조화(alignment) 협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런던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32
4.4 우크라이나 전쟁: 교착 상태와 ‘의지를 가진 연합’
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째로 접어들며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전황 및 피해: 2025년 한 해 동안 러시아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는 전년 대비 30% 증가하여 14,000명(사망 2,512명)을 넘어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의 통화 이후, 러시아는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간 인프라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33 우크라이나의 전력 생산 능력은 개전 전 33.7GW에서 2026년 1월 14GW로 반토막 났다.34
- 평화 회담의 난항: 2025년 11월 제시된 ’28개항 평화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선거 실시 등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며 지연 전술을 펴고 있다.35 문화 전쟁도 격화되어, 러시아 점령지에서는 우크라이나어 교육이 금지되고 러시아어 커리큘럼이 강제되고 있다.36
- 유럽의 대응: 1월 6일 파리에서 열린 ‘의지를 가진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회의에서 유럽 5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안보 보장과 다국적군을 통한 군사 훈련 지원에 합의했다. 이는 NATO의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가 마비될 경우를 대비한 유럽의 독자적인 안보 협의체 성격을 띤다.37
5. 중동: 이란의 체제 위기와 저항의 축 붕괴
중동 지역은 이란 내부의 폭발과 대리 세력(Proxies)의 붕괴로 인해 근본적인 지형 변화를 겪고 있다.
5.1 이란 민중 봉기: ‘준(準) 혁명’으로의 진화
2025년 12월 28일 시작된 이란의 시위는 단순한 경제적 불만을 넘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의 체제 위협으로 발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준 혁명(proto-revolution)’ 상태로 진단하고 있다.39
- 경제적 트리거: 리알화 가치는 6개월 만에 50% 폭락했고, 연간 인플레이션은 60%,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70%를 넘어섰다.40 특히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붕괴는 이란이 제재를 회피하며 석유를 판매하고 드론을 거래하던 주요 파트너를 상실하게 만들어 경제적 충격을 가중시켰다.
- 시위 양상: 시위는 이란 전역 31개 주, 180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되었다. 과거와 달리 시위대는 “샤(Shah)든 최고지도자든 압제자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왕정 복고와 신정 체제 모두를 거부하고 민주 공화국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41
- 정부의 잔혹한 진압: 이란 당국은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고(디지털 암흑), 혁명수비대(IRGC)를 투입하여 유혈 진압에 나섰다. 1월 중순까지 최소 36~45명의 사망자와 2,000명 이상의 체포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나,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사법부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즉결 처형을 위협하고 있다.42
5.2 핵 위기와 국제적 압박
이란 정권이 내부 통제력을 상실해가는 가운데, 외부의 압박은 최고조에 달했다.
- 스냅백(Snapback) 발동: 영국, 프랑스, 독일(E3)은 이란의 핵 합의 위반을 이유로 2025년 9월 유엔 제재를 전면 복원하는 ‘스냅백’ 메커니즘을 발동시켰다. 이로 인해 이란에 대한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되었다.40
- 미국의 군사적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시위 진압을 비난하며 “매우 강력한 군사 행동”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한,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중국 포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며 이란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43
5.3 대리 세력의 리더십 공백
이란의 역내 영향력 투사 수단인 ‘저항의 축’은 지도부 궤멸로 인해 사실상 마비 상태다.
- 헤즈볼라: 하산 나스랄라 사망 후 2024년 10월 나임 카셈(Naim Qassem)이 새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었으나, 조직 장악력과 카리스마는 전임자에 미치지 못한다.44
- 하마스: 야히아 신와르 등 주요 지도자들이 잇따라 제거된 후, 해외파 칼레드 메샬(Khaled Meshaal)과 가자지구 강경파 칼릴 알-하야(Khalil al-Hayya) 간의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무슬림형제단 지부들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며 하마스의 자금줄과 이념적 기반을 공격하고 있다.45
6. 인도-태평양: 반도체 동맹과 대만 해협의 파고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과의 경제적 결속을 군사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결정적 장면이다.
6.1 미-대만 무역 협정: ‘실리콘 방패’의 미국 확장
1월 15일 체결된 미-대만 무역 협정은 단순한 FTA를 넘어선 ‘산업 통합 조약’에 가깝다.
- 천문학적 투자 유치: 협정의 핵심은 대만 기업(주로 TSMC 및 관련 생태계)이 미국 내 반도체, AI, 에너지 시설에 **최소 2,500억 달러(약 330조 원)**를 직접 투자하고, 추가로 2,500억 달러의 신용 보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47 이는 TSMC의 최첨단 공정을 미국 본토로 이식하는 ‘강제적 리쇼어링’의 성격을 띤다.
- 관세 및 인센티브: 미국은 대만산 제품 관세를 20%에서 15%로 인하하고,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만 기업에게는 건설 기간 중 자재 수입 관세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49
표 2. 미-대만 무역 협정 주요 내용
| 항목 | 세부 내용 | 전략적 함의 |
| 관세 인하 | 대만산 제품 관세 20% → 15% | 한국, 일본과 동등한 대우로 경쟁력 제고 |
| 직접 투자 | 대만 기업의 대미 투자 2,500억 달러 |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급망 완결성 확보 |
| 신용 보증 | 2,500억 달러 규모 추가 보증 | 중소 대만 공급망 기업의 미국 동반 진출 유도 |
| 특혜 조치 | 공장 건설용 자재 무관세 수입 (2.5배 쿼터) | TSMC 애리조나 공장 등 건설 비용 절감 지원 |
6.2 중국의 반발과 군사적 긴장
중국은 이 협정을 “미국의 대만 경제 약탈”이자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군사 행동으로 대응했다.50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무력 시위를 감행했으며,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51 대만 외교부는 중국의 주장을 “유엔 헌장 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박했다.52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이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와 함께, 희토류 수출 통제 등을 통해 미국에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7. 글로벌 경제 및 에너지 시장 전망
지정학적 위기는 글로벌 경제,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7.1 에너지 시장: 베네수엘라의 귀환과 유가 하락 압력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장악은 단기적으로는 공급 불안을 야기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유가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 공급 전망: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이 정상화될 경우, 향후 2~3년 내에 일일 50만~70만 배럴이 시장에 추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한다. 모건스탠리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53
- 승자와 패자: 셰브론, 발레로 등 미국 정유사들은 베네수엘라산 중질유(heavy crude)를 저렴하게 확보하여 정제 마진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유사한 성상의 원유를 생산하는 캐나다 오일샌드 업계는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다.54
7.2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본격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1월 1일부로 본격 발효되었다.
- 초기 데이터: 1월 첫 주에만 165만 톤의 수입품에 대해 탄소 배출량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이 중 철강이 98%를 차지했다. 주요 수출국은 튀르키예, 중국, 인도 등으로 나타났다.55 이는 글로벌 무역에서 ‘탄소 경쟁력’이 관세 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한국 철강 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7.3 2026년 경제 리스크 요약
유라시아 그룹은 2026년의 핵심 리스크로 미국 정치의 불안정성, AI 기술의 통제 불가능한 확산, 그리고 중국 경제의 구조적 둔화를 꼽았다.1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관세 전쟁)와 자원 민족주의는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를 가속화하여 기업들의 비용 상승과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요인이 될 것이다.
8. 결론
2026년 1월, 세계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종언과 ‘약육강식’의 시대로 진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가치보다는 자원 확보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며, 이를 위해 군사력 사용도 불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 사태는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국가 전략을 상징한다.
유럽은 이러한 미국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내부 분열로 표류하고 있으며, 이란의 위기는 중동 정세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한다. 대만 반도체 협정은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타협 불가능한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게 2026년은 기회이자 위기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반도체, 핵심 광물)에 동참하여 실익을 챙기는 동시에, 미-중 갈등의 파편을 피하고, 에너지 가격 변동과 유럽발 탄소 규제(CBAM) 등 새로운 무역 장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고도의 외교적, 경제적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의 자원 안보 프레임워크(행정명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배터리 및 핵심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